교육 첫 시간, 자기 장부부터 열었다
AI 교육을 듣고 나면 대개 기능 몇 개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내 엑셀 앞에 앉으면 어디부터 붙여야 할지 막막하죠. 들은 건 있는데 쓸 자리가 안 보이는 겁니다.
이번 교육생은 첫 시간에 매주 점검하던 발주 관리대장부터 열었습니다. 교육이 끝날 때 손에 쥔 건 두 가지였습니다. 그 대장 속에서 찾아낸 오류 4건, 그리고 다음 주부터 매주 돌릴 점검 스킬.
수식이 다 걸린 장부에 AI가 할 일이 남아 있을까
대장에는 납품 지연을 가려내는 수식까지 이미 걸려 있었습니다. Claude에게 지연 판정을 또 시켰다면 같은 답을 두 번 받는 셈이었죠.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수식이 낸 숫자는 정말 맞는가. Claude는 판정을 새로 하지 않고, 발주 32건으로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합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매주 머릿속으로 하던 확인 순서를 평소 말투 그대로 적어 Claude에게 건네고, 대장을 읽혀 결과를 받아 봅니다. 어긋난 판정이 나오면 어느 규칙을 다시 보라고 짚어 주고요. 그렇게 다듬은 규칙 묶음을 마지막에 스킬로 저장했습니다. 실습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이상 없음" 뒤에 숨어 있던 4건
첫 검산에서 다섯 항목 중 네 군데가 어긋났습니다. 예상원가가 전부 비어 있어 마진이 발주금액과 똑같이 찍혀 있었고, 담당자 칸이 빈 2건은 어느 실적 합계에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견적은 단가로, 발주는 총액으로 적힌 행도 있었고요. 넷 다 대장을 눈으로 훑어서는 안 보이는 종류입니다.
마진 칸이 제일 아찔했습니다. 그대로 보고서에 붙였다면 마진 100%짜리 사업이 됐을 겁니다. 원가가 비어 있는 동안은 그 칸에 '산출 불가(원가 미입력)'라고 쓰기로 했습니다.

AI가 그럴듯하게 채우지 못하게 정한 규칙 3가지
일정미확정은 둘로 나눈다. 11건으로 묶여 있던 걸 열어 보니 '9월 중'처럼 월까지만 적힌 건과 납품일 칸이 아예 빈 건이 섞여 있었습니다. 앞의 것은 사내에서 날짜를 좁히고, 뒤의 것은 거래처에 먼저 묻습니다.
'9월 중'은 날짜로 바꾸지 않는다. 9월 15일 같은 날짜를 채우면 표는 깔끔해지지만, 그 행은 그날부터 지연 판정에 들어가고 몇 주 뒤엔 누가 정한 날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결과 맨 위에 기준일을 적는다. 같은 지연 건인데 대장 숫자와 며칠씩 달라 원인을 찾아보니, 지연일수가 TODAY() 수식이라 파일을 열 때마다 하루씩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기준일이 없으면 맞는 값도 틀려 보이니까요.
메일 한 통 붙여 넣으면 로그 한 줄 완성
두 번째로 만든 건 거래처 메일 정리입니다. 메일 본문을 붙여 넣으면 날짜, 수신·발신, 구분, 40자 요약, 후속조치 필요 여부가 채워진 한 줄이 나옵니다.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로그 시트에 붙이면 끝입니다.
어느 프로젝트에 붙일지만은 담당자가 고릅니다. 한 거래처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다섯 건인 곳도 있었거든요. 후보가 둘 이상 남으면 번호를 전부 보여 줍니다. 엉뚱한 프로젝트에 붙은 이력은 나중에 찾을 방법이 없어서요.

7개를 다 만들지 않고 2개만 끝까지
전략서에는 자동화 7개가 설계돼 있었습니다. 교육에서는 지금 데이터가 있고 매주 반복되는 두 가지, 주간 발주 점검과 메일 로그만 끝까지 만들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날 확인해 볼 실데이터가 없어서 미뤘습니다.
정해진 시각에 혼자 도는 예약 실행도 뒤로 옮겼어요. 결과를 3~4주 믿을 수 있게 된 다음에 켭니다. 원본 엑셀은 읽기만 하고 결과는 붙여 넣을 표로 나옵니다. 수식과 드롭다운이 걸린 파일을 프로그램으로 다시 저장하면 되돌릴 수 없게 깨지거든요.
교육 다음 주부터 달라진 월요일
매주 하던 일 | 교육 전 | 교육 뒤 |
|---|---|---|
숫자 대조 | 대장을 열어 눈으로 맞춰 봄 | 기준일이 찍힌 검산 5개 항목이 한 번에 나옴 |
주간 보고 | 판정 결과를 보고 직접 정리 | 판정표와 함께 보고서 초안이 나옴 |
담당자 확인 | 필요할 때마다 직접 작성 | 담당자별 확인 요청 문장까지 같이 나옴 |
거래처 메일 | 메일함에 흩어져 있음 | 붙여 넣으면 로그 한 줄 |
새 시스템은 하나도 들이지 않았습니다. 매주 쓰던 그 대장, 받던 그 메일 그대로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앞으로 4주 동안 교육 전과 나란히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그게 발주 장부였을 뿐입니다. 매주 눈으로 맞춰 보는 표가 있다면 견적서든 재고표든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교육 다음 월요일 아침, 이번엔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발주현황 점검해 줘" 한마디로 시작하면 됐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