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왜 AI를 도입해도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가를 이야기했습니다. 도구를 들여놓는 일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은 다르고, 조직 안에서는 기준이 없어서 생긴 역량 격차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AX,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전 6부)
1부. AI를 도입했는데, 왜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일까 — 왜 AX인가▶ 2부. AX에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 AX CANVAS 6단계
3부. 역량검사 ① 'AI 좀 씁니다'로는 알 수 없는 것
4부. 역량검사 ② 같은 70점도 서로 다른 70점이다
5부. "그래서 효과가 있었습니까"에 답하는 법
6부. AX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2부에서 다룰 것은 '순서'입니다. "방향은 알겠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답합니다. AX를 여섯 단계의 구조로 놓고, 그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까지 짚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남는 게 없는 세 가지 방식
AX를 시작한 기업들을 보면, 실패하는 방식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게으르거나 예산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들 열심히 했는데 남는 게 없습니다.

① 도구부터 고르는 방식
"어떤 AI를 도입할까"에서 시작합니다. 비교표를 만들고, 데모를 보고, 가격을 협상합니다.
그런데 목표도 대상도 정하지 않은 채 도구를 먼저 고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그 도구가 잘하는 일이 어느새 회사의 목표가 되어버립니다. 문서 요약이 강한 도구를 샀으니 문서 요약부터 하고, 이미지 생성이 되는 도구를 샀으니 이미지를 만들어 봅니다.
정작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순서가 뒤집힌 것입니다.
② 교육 한 번으로 끝내는 방식
전 직원 대상 특강을 열고 '교육 완료'로 기록합니다. 만족도 설문을 돌리면 점수도 잘 나옵니다. 4점대 후반이 흔합니다.
하지만 만족도는 강의가 좋았는지를 말할 뿐, 업무가 달라졌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유익했다"와 "이제 이렇게 일한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 거리를 확인하지 않으면, 교육은 했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③ 진단에서 멈추는 방식
설문을 돌려 점수와 등급이 담긴 리포트를 받습니다. '우리 회사 평균 68점, B등급'. 보고 자료로는 그럴듯합니다.
그리고 그 리포트는 서랍에 들어갑니다. 다음 교육을 설계할 때 아무도 그 리포트를 다시 꺼내지 않습니다.
진단 결과가 교육 설계를 바꾸지 못하면, 진단은 비용일 뿐입니다.
세 가지의 공통점
서로 달라 보이지만 원인은 하나입니다.
각 단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도구는 목표와 이어지지 않았고, 교육은 진단과 이어지지 않았고, 진단은 다음 실행과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각각은 제대로 했는데, 그 사이가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AX에는 각 단계를 이어붙이는 틀이 필요합니다. 한 칸씩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AX CANVAS — 여섯 단계의 순환
저희가 기업의 AX를 설계할 때 쓰는 구조입니다. 여섯 단계로 나뉘고, 마지막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단계 | 하는 일 | |
|---|---|---|
① | 목표 설정 | 전사·조직 목표와 성과지표를 정합니다. AI로 무엇을 바꿀지 먼저 합의합니다 |
② | 현재 진단 | 조직과 구성원의 현재 AI 역량을 진단합니다 |
③ | 경로 설계 | 목표와 현재 사이의 간격을 메울 전환 루트와, 이번 사이클에 도달할 지점을 정합니다 |
④ | 실행 계획 | 단계별 교육·컨설팅·솔루션과 담당 조직, 일정, 비용, 산출물을 확정합니다 |
⑤ | 과제 수행 | 실제로 수행하면서 기록·비용·성과를 쌓습니다 |
⑥ | 성과 검증 | 개인 → 팀 → 전사 순으로 성과를 집계하고, 그 결과를 다시 ①에 반영합니다 |
앞의 세 가지 실패를 이 그림에 얹어보면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도구부터 고르는 방식 — ① 목표 설정을 건너뛰고 ④ 실행 계획부터 시작한 것
교육 한 번으로 끝내는 방식 — ⑤ 과제 수행까지 하고 ⑥ 성과 검증을 하지 않은 것
진단에서 멈추는 방식 — ② 현재 진단은 했는데 ③ 경로 설계로 넘어가지 않은 것
어느 한 칸이 비면 나머지가 함께 무너집니다.
여섯 단계를 둘로 묶으면 더 단순해집니다
여섯 개를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하는 일로 묶으면 두 덩어리입니다.

앞의 절반(①~④)은 설계입니다. 목표와 현재 역량을 입력받아,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디까지 할지 정하고 실행 계획으로 바꿉니다. 여기서 나오는 답은 "우리는 이번에 여기까지 간다"입니다.
뒤의 절반(⑤~⑥, 그리고 다시 ①)은 검증입니다. 실행한 결과를 성과지표에 붙여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다음 사이클의 목표에 되돌려 넣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답은 "다음에는 여기를 바꾼다"입니다.
설계만 있으면 계획서로 끝나고, 검증만 있으면 결과 보고서로 끝납니다. 둘이 이어져야 한 바퀴가 돕니다.
그래서 ② 현재 진단이 전부를 좌우합니다
여섯 칸 중에 유독 무게가 실리는 칸이 있습니다. ②번, 현재 진단입니다.
① 목표 설정은 경영진이 합니다. ⑤번 실행은 현업이 합니다. 그런데 ③ 경로 설계의 유일한 입력값이 ② 현재 진단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그릴 수 없습니다.
현재 수준을 모르고 교육을 설계하면 이렇게 됩니다.
평균값을 향해 설계됩니다.
아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빠릅니다. 누구에게도 정확히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⑥ 성과 검증도 ② 현재 진단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비교할 기준선이 없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70점이 나왔다고 해도, 시작이 몇 점이었는지 모르면 그 70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역량검사는 순환 구조 안에서 두 번 일합니다. 경로를 설계할 때는 입력값으로, 성과를 검증할 때는 기준선으로. 이 두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AX에서 역량검사가 선택 과목이 아니라 첫 단추인 이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② 현재 진단이 중요하다는 것까지는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전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진단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 68점, B등급'으로 끝나는 진단은 ③번 경로 설계에 쓸 수 없습니다. 그 결과로는 무엇을 먼저 가르칠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부에서는 그렇다면 역량검사가 무엇을 어떻게 검사해야 하는지, 그리고 "저희 직원들 AI 좀 씁니다"라는 말로는 왜 아무것도 알 수 없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 AX,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전 6부)
1부. AI를 도입했는데, 왜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일까
2부. AX에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 AX CANVAS 6단계 ← 지금 읽고 있는 글
3부. 역량검사 ① 'AI 좀 씁니다'로는 알 수 없는 것
4부. 역량검사 ② 같은 70점도 서로 다른 70점이다
5부. "그래서 효과가 있었습니까"에 답하는 법
6부. AX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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